제8차 세계정책콘퍼런스(WPC)

24.11.15

MK4

2011년 금융위기에 이은 재정위기 후폭풍이 전 유럽을 휩쓸면서 이탈리아는 국가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위기의 순간 이탈리아의 선택은 저명한 경제학자 출신 마리오 몬티 총리(72)였다. 여러 부정부패로 리더십을 상실한 뒤 경제위기 주범으로 몰려 실각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후임으로 수혈된 그는 과감한 긴축정책으로 이탈리아의 체질을 바꿔갔다. 그는 긴축정책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과 정치적 혼란으로 1년 6개월간 짧게 재임했지만 현재 마테오 렌치 총리(40)가 추진하는 각종 이탈리아 개혁작업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주인공이다. 몬티 전 총리는 렌치 총리의 개혁 작업에 대해 “많은 개혁 조치들이 실제 액션으로 이어져 이탈리아의 경쟁력을 되살려주길 기대한다”며 “다만 개혁 어젠더를 추진하는 데 있어 예산에 얽매여서는 오히려 독이 된다”고 충고했다. 지난 20~22일 스위스 몽트뢰에서 개최된 제8차 세계정책콘퍼런스(WPC)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발생한 파리 테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슬람국가(IS) 세력의 이번 테러는 전 세계 테러리즘에서도 보기 드문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상징적인 대상을 공격한 게 아니라 콘서트장, 축구장 등을 공격함으로써 일반 시민들의 공포감을 극대화하려고 했다. 테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진짜 전쟁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테러를 근절하기 위해선 다양한 측면에서 또 다양한 수준에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유로존 국가들은 오랫동안 외교 어젠더였던 상호이해의 관점을 이슬람 사회에도 적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렉시트, 브렉시트에 이어 잇따른 테러로 ‘하나의 유럽’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유럽과 유로존은 위기에 대한 반작용(reaction)을 통해 성장해왔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렉시트, 브렉시트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유로존의 한 멤버라는, 유럽연합(EU) 일원으로 산다는 통합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정작 더 큰 우려는 각 국가 내에서 발생하는 분열이다. 유럽의 번영을 이끌었던 것은 각 회원국들의 협력이었다. 하지만 이런 회원국 간 협력에 따른 이득을 인정하지 않는 민족주의자, 포퓰리스트 등의 압력이 더 커지고 있다. 그들은 민족주의적이고 지역주의적인 차별화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향후 유로존 경제를 전망한다면.

▷유럽은 여전히 저성장을 겪고 있다. 유로존의 많은 나라들이 아직 금융위기와 재정위기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 회원국들이 국내 경제정책을 개선하고 유로존의 거버넌스도 제 역할을 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 있지만 여전히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잇따른 테러가 유로존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진 않을 것이다. 과거 미국의 9·11 사태 때도 유럽은 강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테러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유럽의 난민 문제, 이민자 문제다. 심각한 외부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글로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세계 경제는 단기적으로 중국 경제의 경착륙과 조만간 단행될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신흥국 경제에도 커다란 리스크가 될 것이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 때문에 세계 경제를 좌우할 글로벌 의사결정을 조율하는 게 매우 중요해졌다. G7, G8, G20 등과 같은 모임과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내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변수가 있다면.

▷글로벌 경제는 여러 변수가 결합돼 있기 때문에 한 가지 변수로 좌우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를 꼽으라면 정치적 변수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각국이 정치적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 점점 근시안적 결정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채택한 대다수 나라에서 근시안적 정치가 활개를 치며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의 앞날을 내다보는 정치를 몰아내고 있다.

―현재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주도하는 개혁작업을 평가한다면.

▷렌치 총리는 엄격한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고 상당 부분 의회의 협조도 받고 있다. 현재 이런 개혁 조치들을 실행하는 단계에 있는데 실제 액션으로 이어져서 이탈리아 경제의 경쟁력을 되살려주길 기대한다. 다만 개혁 어젠더를 추진하는 데 있어 예산에 너무 얽매이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몽트뢰(스위스) =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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