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세계정책콘퍼런스 / 글로벌 리더 진단

21.11.16

‘세계는 극한 불확실성 시대에 직면했다. 국제 공조를 통한 포용적 해법을 찾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글로벌 오피니언 리더들은 현재 세계가 처한 상황을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대’로 정의했다. 특정한 이데올로기나 방향성 없이 전 인류가 기존 질서를 부정하고 있지만 대안은 찾지 못하는 사회라는 의미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해결하는 해법으로는 포용(inclusivity)을 제시했다. 정치적으로 많은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고 경제적인 불평등성을 해소하는 것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극복해 나갈 원칙으로 지목됐다.

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셰러턴호텔에서 개최된 제9회 세계정책콘퍼런스(World Policy Conference·WPC) 개막식에서 압둘라 빈 나세르 빈 할리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 최근 세계는 안보와 경제 침체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고 진단했다.

알사니 총리는 특히 최근 중동은 물론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갈등요인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문제와 시리아 사태 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국제적인 공조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 테러리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개별 국가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아흐메트 다우토을루 전 터키 총리는 불확실한 시대를 해결해 나갈 해법으로 ‘포용’을 키워드로 한 근본적인 혁신을 강조했다. 다우토을루 총리는 « 지난 10년간 발생했던 것을 모두 다 잊어야 한다 »며 « 과거의 해법이 미래에 발생할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에 대해 과거의 기준으로 해석하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우토을루 전 총리는 « 정치와 경제에서 위기가 발생하고 있지만 미국 EU 러시아 중국 등은 모두 자국에 유리한 해법만 찾으려고 하고 있다 »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 테러리즘은 물론 특정 국가와 외국인을 배격하는 배타주의와 고립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국제 공조를 통해 막아야 한다 »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 해법을 찾는 데 있어 최대한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포용적인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그는 « 고립주의와 배타주의가 확산되면 세계 전쟁이 발생했다 »며 « 대화와 평화적인 방법으로 국제 공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제3차 세계대전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며 긴장감을 높였다.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세계가 당면한 불확실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로 장관은 « 테러 위험이 높아지고 경제·정치적으로 불확실성이 심해지는 현 시대에는 집단적인 해법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 했다. 그는 이어 « 새로 등장할 트럼프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강한 공조 체제를 구축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해 세계적인 공동 대응 방안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 지적했다.

티에리 드 몽브리알 프랑스 IFRI 소장 겸 WPC 회장은 « 트럼프 당선을 일으켰던 미국의 거대한 변화를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 만큼 세계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태 »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 그동안 유럽과 미국의 자유민주주의는 경제·사회 발전의 전제조건으로 인식됐지만 이런 인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고 지적했다. 자유시장을 근본으로 한 세계화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새로운 체제는 형성되지 않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몽브리알 소장은 « 정치적인 불평등과 경제적인 소득불균형, 기득권층의 부패 문제가 기존 엘리트에 대한 반감을 확산시키는 이유 »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 하지만 세계화를 거부하고 파편화되면서 보호무역과 지역주의가 확산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브렉시트와 관련해 존 커 전 주미 영국대사는 « 형식적으로 영국의 EU 이탈이 가능하더라도 경제·정치적 관계를 재정립하는 데 시간이 무척 많이 소요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EU와 맺고 있는 관세동맹과 국제무역기구(WTO)와의 관계 등 경제적 관계뿐만 아니라 미국 등 다른 나라와의 정치적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은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이에 따라 불확실성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가 간 공조뿐만 아니라 국가 내에서는 기업과 정부 간에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열린 ‘정부와 기업 간의 관계와 윤리’ 세션에서 크리엥삭 차레온웡삭 전 태국총리 자문관은 « 기업과 정부가 사회 발전을 위해 공동으로 기여할 수 있는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마리 키비니에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차장은 « 기술 발전으로 정부가 기업들의 조세회피를 방지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추진할 수 있다 »며 « 정부는 기업이 사회에 대해 보다 강한 책임감을 갖도록 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 세계정책콘퍼런스(WPC)는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주최로 진행되는 글로벌 포럼으로 매년 국가를 바꿔가며 개최된다.

 주요 국가의 정부 고위 관계자,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300여 명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여 세계가 직면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행사다. 올해 행사는 9회로 ‘글로벌 지배구조(Global governance)’를 주제로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 장클로드 트리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도널드 존스턴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국내에서는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류진 풍산 회장, 주철기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 박인국 고등교육재단 이사장, 이혜민 G20 국제협력대사, 허경욱 전 OECD 대사 등이 참석했다.

[도하(카타르) = 위정환 부장 / 노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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