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 분열은 트럼프 탓…금융위기 또 오면 美 대응 못할 것 »

30/10/2018

MK News

글로벌 리더들 `미들파워 부상` 한목소리

 

미국과 중국 세력대결로

글로벌 리더십 공백 생겨

한국등 중진국이 역할해야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新세력균형 원동력 될 것

 

일부선 « 시스템 갖춘 미국

트럼프 재선 혼란 이겨낼것 »

김명수, 윤원섭 기자

지난 26일(현지시간) 모로코 라바트에서 개최된 제11회 세계정책콘퍼런스 `향후 5년간 주요 경제적 도전과제` 세션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제프리 프리든 하버드대 교수, 케말 데르비슈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마커스 놀런드 피터슨연구소 부소장,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차오이더 상하이개발연구재단(SDRF) 부회장.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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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는 극심한 분열의 시대에 진입했다.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분권화된 세계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는 게 급선무다. »

 

글로벌 오피니언 리더들은 현재 전 세계가 처한 상황을 `분열과 분리의 시대`로 정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미·중 무역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리더십이 약해지자 새로운 대항 세력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미국과 중국, 이른바 G2 중심의 글로벌 지배구조에서 양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부재하자 한국 등 중진국들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모로코 라바트 소피텔자르댕 호텔에서 개최된 제11회 세계정책콘퍼런스(World Policy Conference·WPC) 개막식에서 아마두 공 쿨리발리 코트디부아르 총리는 협력의 부재를 현 글로벌 지배구조의 핵심 이슈로 꼽았다. 쿨리발리 총리는 « 최근 국가 간 협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테러리즘은 물론 특정 국가와 외국인을 배격하는 배타주의와 고립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국제 공조를 통해 막아야 한다 »고 역설했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 그 어느 때보다 지금만큼 국제 공조 부재로 인한 국가 간 긴장감이 고조된 적이 없었다 »며 « 레바논은 외교력뿐만 아니라 전방위적 영역에서 글로벌 지배구조 재건을 위해 노력할 것 »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지배구조의 빈 공간은 무엇보다 미국의 리더십 부재에 기인했다는 게 대다수 분석이었다.

 

제프리 프리든 하버드대 교수는 « 개방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위기 상태에 처했다 »고 진단하고 « 이 같은 위기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의 리더십 부재가 큰 역할을 했다 »고 밝혔다.

 

마이클 풀릴러브 호주 로위연구소 소장은 «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적인 외교를 하기보다 제로섬 철학에 기반해 이기는 데만 관심이 있다 »며 « 만일 2008년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과 같은 역량으로는 대응하기 매우 어려울 것 »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 특히 미국이 대중국 관계에서 신냉전 정책을 펼침에 따라 향후 양국 관계가 심각한 충돌 양상으로 전개된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닥칠 것 »이라고 경고했다.

 

티에리 몽브리알 WPC 의장은 « 단일 긴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며 « 패권국의 영향력을 벗어나 중진국과 같은 새로운 세력이 글로벌 지배구조에서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왕지쓰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분열 세력(divisive force)이 됐다 »고 진단했다. 왕 원장은 그 증거로 △전 세계적 현상인 포퓰리즘 부상 △독재정권 확산 △국가 간 지정학 주도권 경쟁 심화 등을 꼽았다.

 

글로벌 리더십의 부재는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문제에서도 여러 문제점을 노정시켰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 미·중 무역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선 자유무역과 금융 안정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며 « 여기에 선진국 중앙은행의 긴축 통화 정책과 맞물려 또 다른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한 미국의 리더십 부재가 글로벌 지배구조를 약화시키는 요인이지만 결국 미국의 리더십은 트럼프 대통령을 초월해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트럼프 30대30대40 공식`을 소개했다.

즉 트럼프의 말은 30%는 믿고, 30%는 검증해야 하고, 나머지 40%는 믿을 수 없다는 말이었다. 류 회장은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 시스템이 트럼프를 능가할 것으로 확신했다.

 

이 같은 글로벌 지배구조의 혼란 속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이 탈중앙화된 구조에 맞게 새로운 균형을 찾아줄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케말 데르비슈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은 탈중앙화된 세계에 걸맞은 경제성장을 가져다줄 것이고, 결국 G2 중심의 지배구조를 벗어나 새로운 세력 균형으로 이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라바트(모로코) = 김명수 기자 /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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