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파문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정윤회 문건이 불러일으킨 모든 의혹들을 완강히 부인하며 논란의 중심에 직접 뛰어들었다. 특히 이재만ㆍ정호성ㆍ안봉근 등 청와대 비서관 3인방의 문고리권력 의혹을 « 찌라시(증권가 정보지)에나 나오는 이야기 »라 일축했다. 박 대통령의 강경 대응은 ‘근거 없이 정권을 흔들지 말라’고 경고하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3인방을 감싸는 모양새가 됐고, 이는 자칫 박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돼 더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 3인방의 성(城)

박 대통령의 3인방에 대한 신뢰는 굳건하다. 박 대통령은 3인방이 자신의 뜻에 따라 실무를 처리하는 비서진일 뿐 인사 개입 등 호가호위할 인사들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문고리권력 의혹을 반박하며 내놓은 언급은 « 권력 투쟁 자체가 없다 » « 문건 내용은 1%도 사실이 아니다 » 등 정호성 비서관이 언론을 통해 설명한 입장과 궤를 같이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논란을 부인한다고 해서 비선실세 의혹이 진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그간 정부여당 일각에서는 « 3인방을 통하지 않고는 되는 일이 없다 » « 일부 장관들도 대통령 대면 보고 기회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3인방 밖에 없다 » 등 3인방을 사실상 ‘권력시’하는 얘기들이 오르내렸다. 유진룡 전 장관과 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 등 현정권에서 일했던 인사들이 ‘비선실세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박 대통령이 3인방을 가장 가까이 두고 업무를 보는 독특한 스타일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이런 와중에 박 대통령이 3인방의 결백을 공개적으로 강조한 것은 도리어 논란만 부추겼다. 박 대통령이 3인방에 대한 의문을 품은 이들과 대결하자는 것으로 비쳐 불통 논란도 재삼 거론되고 있다. « 박 대통령이 3인방의 성에 둘러싸여 있는 것 같다 »는 말이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 대통령의 단정적 발언, 부메랑 될 우려

박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 상 3인방이 권력을 휘둘렀다는 의혹은 현재로선 사실일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여권의 지배적 시각이다. 그렇다 해도 박 대통령이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의혹을 부인함으로써 정치적 리스크를 떠안게 된 것은 부적절한 대응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만에 하나 정윤회씨와 3인방 중 일부가 지난 수년 간 한두 차례라도 접촉한 사실이 공개될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문건 공개 직후 언론인터뷰에서 « 박 대통령 곁을 떠난 2004년 이후 3인방과 접촉한 적이 없다 »고 주장했다가 올 4월과 최근 이재만ㆍ안봉근 비서관과 전화통화한 사실이 드러나 말을 바꾼 바도 있다.

박 대통령이 애국심과 원칙을 강조하는 개인기를 통해 이번 사태를 홀로 진화하려는 모양새가 된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모든 후폭풍과 책임이 박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상황이 올 수 있어서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3인방 등 그 누구라도 엄정히 처리하겠다’는 선에서 언급했으면 좋았을 것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