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세계정책콘퍼런스(WPC)

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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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모토시게 도쿄대 교수, 존 립스키 존스홉킨스대 교수, 마리오 몬티 전 이탈리아 총리,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왼쪽부터) 등이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지난 20~22일 스위스 몽트뢰에서 개최된 제8차 세계정책콘퍼런스(WPC)는 불과 일주일 전 발생한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매년 ‘글로벌 거버넌스’를 주제로 열리고 있는 콘퍼런스로서 이번에는 위기 극복을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됐다. ‘파리 테러에 대한 미국의 시각’ ‘유럽의 난민 위기’ 등 유럽 테러 관련 세션이 긴급 편성됐다.

WPC 창립자인 티에리 몽브리알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장은 « 문명 사회는 파리 테러와 같은 야만적 행위에 분노하고 있다 »며 « 진정한 글로벌 거버넌스를 구축하려는 국제적인 정책만이 20세기와 달리 테러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 21세기를 만들 수 있다 »고 밝혔다. 그는 « 그 어떤 종교나 이데올로기도 정복욕을 가지면 평화에 독이 된다 »고 덧붙였다.

디디에 부르칼테르 전 스위스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 유럽이 테러 사태, 난민 문제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큰 위기에 처했고 기로에 섰다 »며 « 국제적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창조적인 외교력을 발휘함으로써 극단적인 폭력을 근절시켜야 한다 »고 밝혔다. 그는 « 유럽의 잇따른 테러는 난민정책과도 연계된 복잡한 문제에서 비롯된 것 »이라며 « 글로벌화가 경제성장을 가져온 것과 동시에 불평등을 심화시킴으로써 전 세계 정치·사회·경제에 불안정을 야기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 유엔도 개혁을 통해 국제 분쟁 해결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며 « 글로벌 거버넌스를 통해 평화적 국제질서를 다시 복구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유엔은 물론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과 같은 공식 기구와 함께 G8, G20 등 강대국들의 커뮤니티 역시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기로에 선 국제질서’ 세션에 참석한 존 립스키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 비공식적인 글로벌 커뮤니티인 G7, G8, G20 등은 사실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내부 합의에 어려움을 겪는다 »며 « 미국만으로는 국제질서를 회복할 리더십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현존하는 비공식·공식 국제기구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파리 테러에 대한 미국의 시각’세션에 참석한 넬슨 커닝햄 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특별자문관은 « 파리 테러는 마치 9·11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끔찍한 사건 »이라며 « 미국의 모든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파리 테러에 대한 의견을 밝혔는데 힐러리 클린턴이 가장 핵심을 잘 짚어냈다 »고 평가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 IS는 봉쇄가 아닌 격퇴의 대상 »이라며 버락 오바마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를 비판하면서 사실상 지상군 투입을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역사적 관점에서 본 아시아 안보’ 세션에선 한국·중국·일본 패널이 각각 참석해 역사를 둘러싼 3개 국가의 냉랭한 입장 차를 드러내 관심을 끌었다. 한국 측 김학준 한동대 석좌교수가 일본군 위안부와 독도 문제 등에 대한 일본의 책임 있는 자세를 주문하자 유키오 오카모토 전 일본 총리 자문역은 « 진정한 사과는 용서와 함께 가야 한다 »며 « 독일엔 (자신을 용서해주는) 프랑스가 있지만 일본엔 없다 »고 말했다. 특히 그는 « 중국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며 « 한국의 행보를 보면 1000년이 지나도 일본을 용서하지 않을 것 같다 »고 덧붙였다.

[몽트뢰(스위스) =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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